가끔 그대로 완성하면 될 인연을 완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밀어내곤 했다. 필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작은 용기였는데. LashMe Time to be braveWith Abi 안녕, 아비. 다시 인간으로 폴리모프를 하고선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고마워요, 라는 말에 온기가 아직까지 피부에 맞닿아 있었다. 당신의 육체 위에 자신의 문양이 새겨져 있을 거란 상상을 하니 기뻤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불안했다. 비록 우연에 의해 이어진 인연이지만 필연이었다. 어쩌면 내게 얼마 남지 않을 시간 안에서 끊어지지 않고 이어질. 당신이 싫지 않았다. 좋았다. 좋아서 문제였다. 혹여 내가 당신의 기대에 충전하지 못할까봐. 그래서 당신의 나에 대한 애정의 수치가 조금씩 떨어질까봐. 제 볼을 감쌌던 당신의 볼에 잠깐 제..
Lashme C o n t r a c twith Abigail '처음’의 순간들. 내가 은근한 오만에 빠져 자신만의 격식을 차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마음 가는 대로 웃는 법을 몰라 진중하게만 말하고 행동했었다. 그게 당연한 일인 줄만 알았다. 감정을 숨기는 게 언제나 최선의 선택이라 여겼었으니까. 그러나 떠오르는 대로, 감정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일. 아이마냥 웃기도 하고, 망설이기도 하고, 숨기도 하고. 그 사소한 ‘처음’이 모여 조금은 달라진 자신을 만들어냈다. 다 당신 덕분이었다. 아비게일. 그런 당신이 먼저 계약을 하자고 선뜻 말해주었다. 망설일 이유가 하나 없었다. 계약. 계약이라는 건 맹약보다는 덜하지만 서로에게 가볍게든, 무겁게든 종속된다는 걸 의미..